“성과연봉제, 2진아웃제, 임금피크제…제2의 메르스 사태 불러올 것”
“성과연봉제, 2진아웃제, 임금피크제…제2의 메르스 사태 불러올 것”
  • 정서룡 기자
  • 승인 2015.06.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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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메르스 사태 대진단’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2

 

<1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이런데도 MB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의료민영화 정책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여
- 의료산업 돈벌이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의료공공성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

 

주춤한 가운데서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독감일 뿐’이라고 한, ‘손만 잘 씻으면 괜찮다’고 한, 그 메르스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현재 3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8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보가 없다보니 더 무서운 건 공포였다. 가뭄까지 겹친 불볕더위 속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 했다. 보건당국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스스로를 격리한 이들도 많았다. 조용한 산골마을 동네 전체가 봉쇄되는 일도 발생했다. 세월호에서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재현됐다. 정부의 안이한 초등대응, 비밀주의…. 
이런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 등 병원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확진자만 33명, 전체 확진자중 19%(24일 현재)에 달할 정도로 위험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한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

 

-‘우리나라 최고 병원 중 하나’라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벌어졌는데.

▲최고의 시설과 장비, 아시아 최대 등의 초대형 메머드급 병원이 과연 좋은 병원일까요? 초일류 병원이라고 할 때 화려한 외모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거죠.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은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2차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는데요. 이 같은 대형병원 응급실의 모습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몰려드는 환자, 입원대기를 위해 존재하는 응급실의 모습은 비단 삼성서울병원만의 모습일 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환자를 유입하는 대형 메머드 병원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소위 BIG5로 부르는 이들 병원들의 모습은 1만명 가량의 외래환자, 3000여명의 입원환자, 그 환자들마다 간병인과 보호자들이 상주하듯 하고 있고, 직원들만 8000여명, 대충 따져도 3∼4만명이 훌쩍 넘는, 무려 몇만명의 유동인원이 통제 없이 돌아다니는 공간, 이것이 바로 메머드급 병원들의 모습입니다.

게다가 이런 병원들의 지하에는 대규모 마트와 같은 쇼핑몰이 들어서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병원에서 과연 감염관리라는 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병원이 저렇게 메머드급일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1000병상 이상이 되면 감염관리를 비롯해 협진체계 등 진료를 위한 최상의 운영보다는 ‘공장식 운영’ 수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세계 초일류로 불리는 미국의 명문병원인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은 600병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거고요. 이런 병원이 우리나라로 오면 조금 규모가 큰 중소병원에 속하죠. 물론 삼성서울병원이 감염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알려진 것처럼 늑장대응을 했어요. 알려진 것처럼 환자가 발생하고 확대되는 동안에도 병원 폐쇄나 기타 다른 적극적 조치는 없었고요. 수일이 지나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서야 부분 폐쇄를 결정했죠. 이런 부분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병원들이 왜 탄생했을까 하는 점이죠. 이게 과연 개별 병원의 문제인가, 한국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가 제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의 원격진료를 허용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지난 18일 정부는 메르스 환자 대량발생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추진할 방침을 발표했죠.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은 한국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징이 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료를 더욱 더 왜곡시킬 원격의료를 기습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의 야합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현행법에서도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현재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원격의료법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유독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자 ‘삼성특혜’인거죠. 정부는 원격진료의 근거로 삼성서울병원을 내원하던 환자들의 불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병원들로 유도하는 걸로도 충분합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인 지금 원격진료를 허용할 이유가 없는데, 마치 이것이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르스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이 와중에도 의료민영화의 대표적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꼼수라니, 실망을 넘어 통탄스러울 지경입니다. 

 

 

 

 

-의료민영화 문제도 오래전부터 논란이 이어져온 사안인데, 이번 사태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정부,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 외에는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수준이거나 비영리법인으로만 설립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영리법인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법인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 과잉진료가 증가하고 국민의료비는 심각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계속 추진 중이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작년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 문제가 그랬고, 원격의료도 그 내용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이런 민영화 정책들은 하나같이 의료산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의료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큰데요.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낸 거울과도 같습니다. 방역체계가 뚫린 시점부터 메르스와의 전쟁을 벌어야 했던 의료기관들의 모습이 어떠했습니까? 환자가 늘어가는 데도 제대로 된 음압격리병상은 부족하고, 민간의료기관은 환자들이 떨어질까 봐 환자 받기를 회피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돈이 되지 않는 응급실은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더 많은 환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병원의 규모는 더욱 키워간 것이 또 다른 화를 만들었죠. 메르스가 병원을 진원지로 해 크게 확산되고 삼성서울병원을 매개로 전국으로 확대되는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다 공개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 의료가 민간주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근본적 약점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살아남기 위한 돈벌이 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병원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관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믿기에는 너무 순진한 거겠죠. 인력은 또 어떻습니까?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잉진료를 통해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더 노려야 하거나, 아니면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병원의 비용에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다보니 결국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은 인력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양산이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안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당장 소홀하게 되는 것들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재난대비인거죠. 의료민영화는 단언컨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킵니다. 의료기관이 돈벌이로 내몰리면 내몰릴수록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뻔하거든요. 세월호 때 이미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병원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돼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임금피크제, 2진아웃제,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하고 병원 노동자의 외주 및 용역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인데.  

▲인력부족 문제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지금 의료진의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지금 정부는 오히려 부족한 인력을 더 줄이고,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미명아래 성과연봉제, 일반해고제, 2진아웃제(저성과자 퇴출제),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기능조정, 파견제 확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숱한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 정책들이 하나같이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병원을 수익성 추구로 내모는 정책들이고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부르는 위험천만한 정책들이라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성과연봉제의 폐해는 이미 의사 성과연봉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죠. 의사들에게 더 많은 수익창출을 강요하기 위해 실시한 의사연봉제는 과잉진료를 통한 병원비 폭등을 초래했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보는 부실진료로 귀결되었습니다. 성과연봉제가 전 직원으로 확산될 경우 과잉진료와 부실진료는 더 극심해질 것이고,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업이 필요한 병원에서 부서 간 직종 간 개인 간 경쟁심화로 어떤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지 모릅니다. 

일반해고제와 2진아웃제 즉, 저성과자 퇴출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에 따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러한 제도는 수익성을 잣대로 의료진과 병원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제도들인 거죠.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핵심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들을 외주화 하고 민간위탁하고 구조조정 하는 것으로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무는 민영화하고,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하겠다는 것인데, 공공성 후퇴와 환자안전 위협,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불가피합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깎는 제도로서 장기근속자의 숙련성을 위협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합니다. 결국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서 숙련성은 바로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걸 간과하는 거죠.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인력은 OECD 국가 평균의 1/2,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청년고용을 위해서 그냥 인력을 늘리면 되는 겁니다. 방향을 한참 잘못 짚은 거죠.

<인터뷰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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