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새로운 전환점’

한반도의 평화 정세에 또 하나의 무게추가 실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황의 첫 방북이 이뤄질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전달해 공식초청장을 교황청에 보내는 등 공식 절차를 밟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있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살펴봤다.

▲ YTN 뉴스 갈무리

 

전세계 가톨릭계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가능성에 불을 밝혔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긍정적 응답은 북한과 교황청 사이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교황청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북한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이미 여러 차례 교황의 방북을 추진해 왔다.

현재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 제68조에서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종교 시설도 두고 있지만 현실은 원활하지 않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17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국 내 가톨릭 신자가 800명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의 천주교 성당은 1988년 평양시 선교구역에 건립된 장충성당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용인원 200여명 가량인 장충성당에서는 방북한 사제들이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교황청의 대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기여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촛불 혁명, 평화의 길”

 

문 대통령의 이번 교황청 방문은 파격적인 환대의 연속이었다. 바티칸교황청의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예상치 못한 한국어가 흘러나오며 미사가 집전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는 한국어 세 문장으로 미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미사는 문 대통령의 교황청 공식방문을 계기로 오직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특별미사로 열렸다. 교황청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미사가 열리는 것은 교황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전해진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국무원장이 미사를 집전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큰 사명을 갖고 계신다”며 “하느님의 섭리를 행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언제, 어떻게 이뤄지느냐로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교황의 해외 방문은 가톨릭 교회, 그리스도교회 공동체와의 만남을 제일 큰 목적으로 하는 ‘사목방문’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그림의 떡인 북한에서는 이 같은 목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때문에 교황청이 북한에 종교의 자유 확대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큰 관심을 표명해 온 인권 신장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교황의 방북 명분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선출됐을 때 장재언(사무엘) 당시 조선가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명의로 “교황님의 사목활동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기를 축원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낸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정치적인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로가 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9월 사회주의국가 쿠바를 방문하기에 앞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국 관계의 중재를 시도했다.

현실적으론 방일 예정이 있는 내년 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내 성사는 어렵다는 얘기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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