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원한다면 이 영화를 다시 보라
치유 원한다면 이 영화를 다시 보라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0.18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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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라디오 스타’(2006년)
▲ 영화 <라디오 스타> 포스터

명곡 ‘비와 당신’으로 88년 가수 왕을 차지했던 최곤(박중훈). 그 후 대마초 사건, 폭행사건 등에 연루돼 미사리 카페촌에서 기타를 튕기는 신세가 된다.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고 굳게 믿고 있다. 조용하나 싶더니 카페 손님과 시비가 붙어 급기야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된다. 최곤의 일편단심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합의금을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다. 결국 지인인 방송국 국장을 만나고, 최곤이 영월에서 DJ를 하면 합의금을 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렇게 강원도 산골 영월로 내려온 한물간 가수와 그의 매니저. 그리고 방송 사고로 원주에서 영월로 좌천된 PD가 만나 진행하게 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하지만 DJ자리를 우습게 여기는 최곤은 선곡 무시는 기본, 막무가내 방송도 모자라 부스 안으로 커피까지 배달시킨다. PD와 지국장마저 두 손 두발 다 들게 만드는 방송이 계속되던 어느 날, 최곤은 커피 배달을 온 청록 다방 김양(안미나)을 즉석 게스트로 등장시키고 그녀의 사연이 방송된다. 이는 많은 주민들의 심금을 울리며 점차 호응을 얻게 된다.

<라디오 스타>가 개봉한 2006년에는 정말 많은 명작들이 나왔다. <타짜>, <미녀는 괴로워>, <각설탕>, <해바라기>, <괴물>, <비열한 거리> 등. 그 중 가장 평점이 높게 나온 영화가 바로 <라디오 스타>다.

얼핏 ‘뻔한’ 감동 같지만 자극적인 작품들만 난무하는 요즘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영화다. 인간미 넘치는 착한 영화, 아름다운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당시의 시대적 아픔을 보듬어준다. 배경도 아름답다. 영월의 굽이치는 사행천과 산골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까지.

이준익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 <왕의 남자> <님은 먼곳에> <부당거래> <소원> <사도> <동주> 등 흥행작들의 제작은 물론이고, 〈벨벳 골드마인〉<메멘토〉〈헤드윅〉 등 작품성 면에서 빼어난 외화들을 수입‧배급하면서 영화를 바라보는 남다른 감각을 과시해온 그다. <라디오 스타> 개봉 당시에도 자극적인 영화가 난무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아주 잔잔하고 평범한 영화 한 편을 낼 수 있었던 자신감. 그의 영화는 자극적이진 않지만 보고나면 말로 표현 안 되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파도를 치게 한다. 많은 팬을 보유한 이준익 감독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 영화 <라디오 스타> 스틸컷

 

주연인 두 배우도 빼놓을 수 없다. 박중훈과 안성기. 영화의 무게감은 이 두 배우에게서 비롯된다. 박중훈이 맡은 최곤은 보는 사람까지 암(?)에 걸릴 정도로 다혈질이다. 매니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겉만 화려한 록 가수다. 박중훈은 그전까지 겉은 소탈하면서도 안에는 단단한 무언가를 지닌 역할을 대부분 맡았다. 하지만 이렇게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철부지 어린애처럼 구는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걸 입증해보였다. 안성기는 역시나, 였다. 소탈한 웃음과 중간중간 보이는 유쾌한 모습까지. 그러면서 특유의 카리스마도 잃지 않는.

10년, 20년 뒤에 다시 꺼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가 되면 삶에 찌들고 지쳐있는 나를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치유해줄 영화가 돼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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