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른미래당호’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대통합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 내에선 어떤 식으로든 손 대표의 결단에 따라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당이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영입한 이후 태극기 부대 영입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상황은 더욱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손 대표의 행보를 살펴봤다.

 

 

손 대표의 ‘시베리아 여행’은 과연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그는 최근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에 적극 나선 것에 대해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바른미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한국당행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합집산의 정계개편이 아니다”며 “파탄에 직면한 민생경제를 살리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룩할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정치개혁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대통합은 수구 보수의 전열 정비로 양극단의 대결정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냉전체제의 보수정치를 회복하려는 것이고, 복지사회 꿈을 접고 극단전인 시장 만능주의로 돌아가서 사회적 격차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또 “우리는 사회통합을 지향한다”며 “민주주의와 시장주의,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중도개혁 통합정당이다”이라고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최소한 한국당의 ‘우향우’ 움직임과는 경계선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앞날에 대해서도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며 이념적 편향을 지양하고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추구하는 것으로 한국 정치를 개혁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것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바른미래당”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중도개혁의 가치를 튼튼하게 세워나가겠다는 게 손 대표의 강력한 의지다.

“갈사람 가라”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한국당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태극기부대도 보수통합 대상’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보수대통합의 전제가 극우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태극기 부대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것은 극우 대통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왕 하는 김에 이란성 쌍둥이 일베하고도 대통합하겠다고 선언하길 바란다”며 “그러면 완벽한 극우 대통합이 성사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통해 양대정당 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바른미래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유승민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 전 대표가 갖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큰 판이 될지는 모르지만 잡탕밥 같은 것”이라고 폄하하며 “(유 전 대표는 한국당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만든게 수구보수를 개혁하겠다고 나온 것인데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손 대표의 판단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대통합과 관련해서는 유 전 대표를 비롯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들 영입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엔 어떤 격식과 형식의 구애도 받아선 안 된다"며 이들의 입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영입 후보 1순위는 황 전 총리다. 황 전 총리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로 평가되고 있다. 오 전 시장도 최근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쇄신할 것인지 지침도 하나 없이 통합만 이야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이야기"라며 ”꼭 가야 할 사람 있으면 가라. 개혁보수를 할 사람은 많다. 우리가 중심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는 등 내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바른미래연구원' 출범식을 통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보수대통합과 야권발 정계개편이라는 격랑 속에서 손 대표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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