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다시 찾아온 ‘채용비리’ 후폭풍에 쉿!
금감원, 다시 찾아온 ‘채용비리’ 후폭풍에 쉿!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10.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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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상 판결’

국내 업계에 만연돼 있는 채용비리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나올 수 있을까. 채용비리가 불거진 금융감독원이 최고 점수로 탈락한 지원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후폭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기관·기업을 상대로 한 첫 배상 판결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피해자 구제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과 재계에 다시 감돌고 있는 채용비리 문제를 살펴봤다.

 

 

“향후 판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피해자 구제에 대해 긍적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최근 법원 판결 이후 금감원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지난 13일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금감원이 A씨에게 손해배상금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금감원의 금융공학분야 신입 공채에서 필기시험과 2차례 면접자 중 최고 점수로 통과했지만 최종면접서 탈락했다. 반면 최종면접에 오른 3명 중 필기시험과 1·2차 면접 합산 점수가 가장 낮았던 B씨는 합격했다.

감사원이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을 감사하면서 A씨의 탈락과 B씨의 합격을 둘러싼 배경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당초 계획에도 없던 지원자들의 평판(세평)을 조회해 이를 최종 평가에 반영했다.

A씨를 비롯해 다른 직장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에 대해 평판을 조회한 결과, 금감원은 A씨에 대해 “패기나 열정이 없다. 우리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직장은 재판 과정에서 “금감원 평판조회에 회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B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방 학교’를 졸업했다고 지원서에 기재해 전형과정서 합격에 유리한 ‘지방 인재’로 분류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채용공고에 의하면 지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합격이 취소되는데 금감원은 이마저도 무시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최종 합격자는 “아빠가 아는 사람이 금감원 부원장”이고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인사비리’ 철퇴

재판부는 “A씨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평판조회만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금감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시 최고 성적대로 구제해 달라는 A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용비리로 피해는 봤지만, 신체검사와 신원조회가 끝나지 않아 채용이 확정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피해자 구제에 대한 ‘재량권’을 금감원에게 넘긴 것이다.

이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손해배상과 특별채용이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감원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앱’에서도 직원들이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자료 지급과 함께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84.0%에 달했다.

금감원 측은 “오는 11월 2등으로 탈락한 J씨가 제기한 민사판결 등을 더 지켜본 후 인사윤리위 개최 등 정해진 절차에 따른 법리적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위 학력’ 기재가 시험 도중 확인됐음에도 최종 합격한 B씨에 대해선 “감찰을 통해 막바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1월에 진행될 민사 판결 외에도 세평에 대한 적절성과 공정성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 열어 놓고 검토 중에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빠른 시일내 구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금감원장에게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 4명을 면직 및 정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징계가 불가능한 임원 3명의 경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인사 자료를 활용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청탁 논란’

당시 감독당국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내부개혁과 쇄신을 약속했지만 채용비리와 관련한 부정합격자 퇴출 및 피해자 구제 등 후속처리는 1년여가 지나도록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피해자 구제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제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금감원은 “채용담당 부서장을 무죄 취지로 선고한 판결 내용과 채용탈락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내용, 정부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 구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용비리 당사자에 대한 조치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감원은 올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채용비리·특혜로 부정하게 합격한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조사하고, 부정이 드러나면 퇴출 등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앞서 언급된 채용비리 혐의 당사자는 여전히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고 있다.

금감원 노조도 “경영진이 채용비리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면 채용비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 피해자 채용이 이뤄질 지 미지수"라며 "학력 오기재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면접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 세평조회가 적법하다거나, 채용청탁이 입증된 것이 아닌 만큼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국민들의 분노만 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지난 1년 간 강력한 내부 쇄신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겸직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9년 동안 비밀리에 강남 고액강사로 근무해 온 금감원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직 윤리 강령 재점검 및 당사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통해 합당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감독당국의 신뢰도 하락 및 도덕성 해이 논란 꼬리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채용비리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채용 인원이 있는 지방 공공기관 659개 기관 중 72%인 475개 기관에서 1476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집공고 위반이 294건으로 가장 비일비재했고, 위원구성 부적절 216건, 규정 미비 164건, 부당한 평가 기준 125건, 선발 인원 변경 36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해당 사건 이후로 공채 과정에서 학력과 나이 등을 가린 채 심사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채용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기시험을 강화했고, 최종면접 과정에서도 외부위원을 참여케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만연해 있는 채용비리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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