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청년들, BTS 덕에 한글 열정을 불태우다
스웨덴 청년들, BTS 덕에 한글 열정을 불태우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09.2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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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말 하는 스웨덴 젊은이들로 달궈져

“방탄소년단(BTS)을 알게 되고, 그들의 노래 가사를 이해하면서 감동했어요. 그들은 젊은이들의 고뇌를 노래하죠. 방탄소년단은 다른 사람 사랑하기 위해 자기 사랑하라고 얘기하죠.”

연하게 푸른 하늘색 히잡을 두른 하얌 타레그(Hajam Tareg)는 채 3분 남짓의 시간이지만 차분하고, 또렷한 한국말로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가 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또 왜 한국말을 배우게 됐는지를 천천히 숨 고르며 이야기한다.

 

▲ 이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말하기’ 부문 1등을 차지한 하얌 타레그.(사진 = 이석원 기자) 

 

아직 앳된 표정에 마치 방탄소년단 앞에서라도 이야기하는 듯 가늘게 떨림도 있지만 하얌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은 잘 정리된 한국말이다. 가슴은 100미터를 전력질주하고 난 다음처럼 정신없이 뛰지만, 그래도 그는 스웨덴에서 가장 멋진 한국말을 차분히 토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하얌은 그렇게도 그리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만약 운이 좋아서 방탄소년단이라도 볼 수 있다면, 아니 멋진 한국의 아이돌 누구라도 볼 수 있다면.

지난 22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 한국학과 대강의실에서 열린 ‘제5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스웨덴에서 가장 멋진 한국말을 하는 스웨덴 젊은이들로 뜨거웠다.

주스웨덴 한국 대사관(대사 이정규)이 스톡홀름 대학교와 재스웨덴 한국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말하기와 읽기 두 부문에 걸쳐 열띤 한국어의 잔치가 열렸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참가자들은 모두가 진지했다. 발표 중간 중간 실수도 했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말하는 모두는 침착했다. 단어가 제대로 발음되지 않아서 당황하다가도 이내 제 발음을 제대로 해나갔다. 참가자 모두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보여줬고, 목소리에도 사뭇 긴장함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자신감 있었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을 메운 참가자들과 청중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회 시종을 지켰다.(사진 = 이석원 기자)

 

‘섹션 A – 말하기’는 원고 없이 한국을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첫 번째 참가자 펠리스 보이라스(Feliz Boyras)는 한국에서 음식을 먹는 것,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는 것 등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시험 때에는 밤새워 공부하고, 자신을 꾸미지도 않는 한국 학생들의 열정을 재밌게 풀었다. 펠리스는 말하기 부문 3등을 했다.

두 번째 참가자 에르네스타 드루힌위테(Ernesta Druskinnyte)는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진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가졌던 한국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고, 세 번째 참가자인 스테파니 융(Stephanie Jung)은 한국인 남편과의 한국 생활에서 느꼈던 한국인들의 ‘우리’라는 정서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했다.

네 번째 참가자 제니 카린(Jenny Kallin)은 마치 한국 여행 가이드처럼 여행지 3군데를 소개했다. 제주도 한라산과 경남 남해, 그리고 자신이 살았던 수원 통닭 거리를 깔끔한 어조로 이야기했고, 말하기 2등 사이 텐(Sai Tan)은 ‘라이브’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인기 드라마 작가인 노희경의 에세이를 읽고 느낀 점을 얘기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섹션 B - 원고 읽기’는 직접 작성한 글을 읽는 것.

첫 번째 참가자이면서 이 부문 1등을 한 프레드리카 아룬드(Fredrika Ahlund)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도전. 예술 학교 학생답게 한국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참가자이면서 이 부문 3등을 한 에마누엘 갈레토 벨로(Emmanuel Galletto Bello)는 예쁜 한국 입양아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고, 세 번째 참가자 크리스토퍼 팅바케(Kristoffer Tingbacke)는 한국에서 석사 공부를 할 때 만난 호떡집 아주머니와의 추억을 되뇌며 김동률의 노래까지 직접 불렀다. 네 번째 참가자인 신데렐라 시에(Sinderella Xie)는 어린 시절 홍대와 북촌 한옥 마을 등에 깃들인 자신의 추억을 소환했다.

 

▲ 예술학교에 재학 중인 프레드리카는 한국 산수화에서 느낀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사진 = 이석원 기자)

 

공교롭게도 이날 각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참가자는 모두 재스웨덴 한국학교의 학생들이었다. 말하기 1등 하얌 타레그는 “(1등을) 상상도 못했다”면서 “2016년부터 힘겹게 한국말을 혼자 공부하다가 한국학교를 다니면서 한국말 실력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부상으로 받은 한국행 항공권으로 내년 4월에 한국에 갈 예정이다.

하얌과 함께 한국학교에 다니는 원고 읽기 1등 프레드리카가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프레드리카 또한 많은 스웨덴 젊은이들처럼 케이 팝이 좋아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한국말 실력이 향상된 프레드리카는 “한국의 예술, 특히 그림에 관심을 가져 곧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각 부문 1등을 모두 배출한 재스웨덴 한국학교 손혜경 교장은 “참가자 모두가 자신들이 선택한 좋은 주제로 최선을 다해 발표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번 대회 양 부문 1등을 모두 배출한 재스웨덴 한국학교는 스웨덴 내 한국어 교육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말하기 1등 하얌, 한국학교 손혜경 교장, 원고 읽기 1등 프레드리카.(사진 = 이석원 기자)

 

한국학교 재학생들의 좋은 성적에 손 교장은 “매주 토요일 3시간 동안 이뤄지는 선생님들의 뛰어난 교수법과 학생들 스스로 주중에 열심히 자습한 것이 결합이 되어 낳은 좋은 결과”라며 “선생님들의 학습계획표에 따른 꼼꼼한 수업 준비가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를 담당했던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이영아 홍보관은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현지 사람들이 한국어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면서, 또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현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격려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홍보관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지 사람들의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이 가능하려면 한국어 보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작은 규모이더라도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이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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