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걸 비포
<신간> 더 걸 비포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08.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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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문학동네

여기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이 한 채 있다. 안전한 동네에 위치하고 보안도 철저하고 조명부터 샤워기 수온까지 집안 곳곳의 시설이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해 자동으로 조절되며 실내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듯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 게다가 집세마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아무나 이 집에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입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다란 신청서 양식을 작성해야 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이 집의 건축가이자 집주인과 일대일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그 과정을 모두 통과해 이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후에도 지켜야 할 규칙과 하지 말아야 할 금지사항들이 가득하다. 러그나 양탄자 금지, 장식품 금지, 책도 금지, 언제 어느 때고 바닥에 물건이 어질러져 있어서는 안 되고,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더 걸 비포'는 바로 이런 완벽하지만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살 수 있는 집,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스릴러다. 이 책을 쓴 JP 덜레이니는 과거 다른 이름으로 베스트셀러 소설들을 썼던 작가로, '더 걸 비포'는 작가가 JP 덜레이니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다. 201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앞부분의 원고만 공개되었음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세계 각국에 계약되었고,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유니버셜 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구입하고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결정했다. 2017년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에는 “스펙터클하고 영리한 스릴러”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흘러넘친다”는 평을 들으며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작가 JP 덜레이니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달성하는 걸 도와줄 어떤 방식, 장소, 혹은 식습관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소설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지나치게 따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에마와 제인은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서의 정돈되고 통제된 삶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구현하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꿔보려 한다. 하지만 “내면이 잡동사니로 뒤죽박죽이라면” 새로운 삶을 향한 욕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결과는 비극을 향할 수밖에 없다. ‘전에 살던 여자(the girl before)’ 에마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과연 제인은 에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에마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결말을 맞을 것인가. 마음 한구석에 완벽한 삶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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