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장악당한 씨종자, 소비자와 국민 나서서 문제 풀어야”
“자본에 장악당한 씨종자, 소비자와 국민 나서서 문제 풀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6.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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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 식물교잡이 생태계에 미칠 문제는.

▲ GMO 꽃들은 서로 교잡을 하며 열매를 맺는다. 꿀벌은 꽃의 화분을 찾아 먹는다. 여기서 GMO 꿀이 나온다. 맹독성 농약인 글리포세이트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못하다. GMO라는 게 다른 작물은 모두 죽이고 오직 한 작물만 살리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전남 영암에 콩을 재배하는 농가지역을 지나가다가 밭 주변의 명아주가 하얗게 변해서 죽은 것을 봤다. 농가가 이미 GMO화 되었다고 본다. GMO 유채만 해도 전국 53군데에 숨겨져 재배되는 등 암암리에 GMO 천국이 됐다. GMO는 십자화(十字花)과다. 유채끼리만 교잡하는 게 아니다. 유채와 유채, 유채와 갓, 갓과 배추 등 온갖 작물과 교잡이 다 된다. 전국의 십자화과 식물과 교잡이 거의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채만 없앤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들 주변에서 가장 야생성이 강한 것이 갓이다. 갓과 유채는 교잡 1순위다. 갓도 오염됐다.

 

- 밥상에도 GMO가 오르고 있다.

▲ 농촌 할머니들이 ‘옛날에 그 반찬 맛있었지’라고들 하신다. 이 말은 지금의 밥상문화와 달랐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토종감자가 아려서 못 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감자를 가마솥에 삶거나 쪄먹었다. 밥이 끓을 때 밥물이 감자의 아린 맛을 없애줬다. 찐 감자는 부뚜막에 놓아두었다가 나중에 새참거리로 먹었다. 토종감자는 식었을 때 식감이 더 좋다. 지금의 개량감자는 식으면 맛이 없다. 쪄서 바로 먹어야 맛이 난다. 물고구마도 마찬가지다. 요즘에 누가 물고구마 먹느냐고 하지만, 여렸을 때 물고구마는 겨울에 방 윗목에 놔뒀다가 생으로 깎아 먹었다. 달고 맛도 최고였다. 지금의 물고구마나 다른 고구마들은 그런 맛이 안 난다. 쪄야 맛이 난다. 옛날 우리가 먹었던 씨앗들은 농부들이 유지시켜 왔다.

 

- 변형 터미네이터 작물의 위험성은.

▲ 현재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꿀고구마다. 원래는 물고구마가 우리의 토종 고구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물고구마가 사라지고 밤고구마가 우리 입맛을 바꿔놓았다. 밤고구마는 일본이 종자를 개량한 것이다. 그 다음에 호박고구마가 나왔다. 요즘엔 호박고구마보다 더 단 꿀고구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갈수록 사람들이 단 맛에 중독되고 있다. 달아야 잘 팔린다. 호박고구마는 다시 심으면 그래도 순이 나온다. 얼마 전 저희 어머님이 꿀고구마가 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지난해 수확한 걸 조금 심어보았다. 그런데 싹이 안 나오더라. 터미네이터 종자였다. 업자들이 유전자가 변형된 씨앗을 독점해 팔고 있는데 일본육종회사를 통해 들어온다. 우리나라에는 국내종자회사보다 몬산토 같은 외국종자회사들이 많다. 얼마 전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는 등 세계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종자회사는 50%에 불과하다. 이제 겨우 종자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나와 있는 같은 종자를 개발해봤자 팔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변형된 터미네이터 종자들이 마구 양산되는 것이다. 배추만 해도 이미 토종은 사라졌다. 이외에 무나 고추, 오이, 호박, 가지, 수박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물은 씨앗을 수확해 다시 심어봤자 순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터미네이터 작물시대에 살고 있다.

 

- 종자 파괴와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상황인데.

▲ GMO는 유전자조작과 약간 각도가 다르다. 터미네이터 종자도 완전한 유전자조작은 아니다. 신체 중에서 생식기 하나를 거세한 것과 같은 이치다. 종자유전자 속의 어느 한 특정부분을 제거한 것으로 보면 된다. 씨앗을 터미네이터 종자로 만들어버렸지만 조작은 아니다. 씨앗기능만 하지 못하게 차단한 것이다. 종자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식물종자에까지 조작을 가한 것이다. 생명체는 생명을 낳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인위적으로 생명 잉태를 막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다. 당장 몸에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하지만, 생명을 잉태 못하는 식물을 먹으면 우리 몸에 어떻게든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한 이치다. 유전자조작은 종과 종끼리 결합될 수 없는 종간(種間)의 문제다.

 

- 전통농업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자기 똥 3년 안 먹으면 병 걸린다’는 옛말이 있다. 현대인들은 자기 똥 안 먹어서 온갖 병에 걸리는 것 아닌가 싶다. 자기 똥이 식물로 들어가고 그 식물을 자기가 다시 먹는 게 전통농업이고 자연농업이다. 현재는 일단 돈이 있어야 삶이 유지된다. 돈에 모든 게 종속됐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의 노예가 돼버린 삶이다. 토종 씨앗 운동과 귀농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토종 씨앗 보존운동이 아니다. 무조건 상품을 잘 만들어서 잘 보여야 하는, 그런 굴종된 삶이 싫었다. 돈이 안 드는 농사를 지으려면 당연히 토종 씨앗을 쓰게 된다. 소비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항상 소득을 낼 궁리를 한다. 그런데 소득을 생각하기 전에 소비를 줄일 생각은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소비를 줄이면 되는 일이다. 토종 씨앗과 전통적 방식의 삶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사회가 그 길로 모두 가자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이 바뀌면 되는 것이다.

 

- 대자본이 농촌을, 농업을 장악하고 있다.

▲ 일단 올해 시행된 ‘모종판매금지법’이 농민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종은 주로 농가에서 직접 키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모종을 본인이 심거나 옆집에 나눠주기도 하고 일부는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그런데 육묘업자만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대규모 육묘업자들이 돈이 되는 육묘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단호박 농사 1000평을 지으려면 씨 값만 200만원이 든다. 이웃분에게 제가 씨를 무료로 줬을 때, 인정상 얼마간 주는 돈은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마저 ‘씨앗의 균일성’이라는 묘한 논리를 들어 막았다. 본래 씨앗을 가질 권리는 농부에게 있다. 그 권리를 어떤 기업이 갖게 되고, 어떤 지역이 가져가면서 농부의 권리가 박탈됐다. 그러면서 농부에게 ‘씨앗을 줄 테니 재배만 하라’는 것이다. 농부들은 유통도 함부로 못한다. ‘산지유통법’을 만들어 손과 발을 묶어 놓았다. 농부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식이다. 농민을 억압하는 종자산업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 농업이 붕괴되고 있다. 근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 유통이 문제다. 가령 농협 같은 거대 농업기관은 씨앗제공과 유통판매까지 총괄한다. 농부 입장에서는 씨앗을 주고 판매까지 해주니 거절하기 어렵다. 그런데 농협이 씨를 줄때 소농이 아닌 대농에게만 준다. 소농이 많으면 별도의 물류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농을 통해 마진을 크게 챙긴다. 여기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빚어진다. 전 세계가 지금 GMO 씨앗을 통한 대규모 농업으로 가고 있다. 씨앗과 유통의 거래 관계가 모두 대농위주다. 한국도 이미 그렇게 변했다. 그러다 보니 소농들은 이래저래 손해만 본다. 소농들은 토종 씨앗을 할 수밖에 없다. 토종 작물을 재배해 농협공판장에 가봐야 받아주거나 알아주지도 않는다. 반면에 대농들은 토종 씨앗을 취급하지 않는다. 기계농사를 통해 대규모 농업에만 신경 쓸 뿐이다. 유통도 모두 처리해 준다. 소농이 살 길은 직거래방식 뿐이다. 의식 있는 소비자가 늘어야 하고, 생협 등을 통해 전통농업을 살리는 밥상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어렵게 형성되고 나면, 대농들이 그 틈새를 비집고 이윤을 챙기려 들어온다는 것이다.

 

- 향후 활동 계획은.

▲ 한국은 이미 국제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한 나라다. 협약에는 농부권이 명시돼 있다. 각국은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만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가 종자를 소유하려는 전근대적 개념을 갖고 있다. 국제법상 농부권이 인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권리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이슈가 되겠지만 차분히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종자산업법도 폐기해야 한다. 종자권은 농부에게 처음이자 끝이다. 생명권이자 식량권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종자기업 육성정책도 문제다. 기업배제가 아니다. 농부의 종자권이란 농부가 종자를 증식하고 육종하는 권리다. 그것은 종자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농부권은 기후변화에 따른 국민식량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다. 왜 ‘토종’이라는 말을 앞에 꼭 붙여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씨앗을 못 받게 만들고, 그런 권리를 박탈하고 빼앗는 권력구조와 대자본 농업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70년대부터 종속화 된 농업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소비자와 국민이 나서서 종자와 식량문제를 풀어 갈 때다. 내년부터 각종 입법과 관련된 현안들을 좀 더 대중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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