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했고 깨끗했고 맛있었다, 후쿠오카!
친절했고 깨끗했고 맛있었다, 후쿠오카!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6.21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일본 후쿠오카 ‘뚜벅이 힐링기’-2회

삑-삑-삑- 소리가 요란하다. 친구가 맞춘 알람소리다. 후쿠오카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먹지 못한 닭고기덮밥을 먹으러가자며 이른 시간 알람을 맞춰 놨었다. 알람은 울리는데 둘 다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전날 간신히 2∼3시간 잔 뒤 2만보를 훌쩍 넘게 걸은 탓이리라. “닭고기덮밥은 내일 아침에 먹을까?” 결국 1시간 정도 더 잠을 잤다.

다시 알람이 울리고 먼저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샤워를 끝내고 친구와 바통터치를 했다. 서로 오순도순 수다를 떨며 화장을 하고 일명 ‘트윈룩’으로 맞춰 준비해온 옷을 입었다. 이날은 후쿠오카의 명소 모모치해변에 가기로 한 터였다. 트윈룩 컨셉은 사진 촬영을 감안한 롱 원피스. 화장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가리 메이크업(일명 숙취 메이크업)’.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며 볼터치를 진하게 해 기분을 좀 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햇살이 따가웠다.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덮밥집. 바쁜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곳인 것 같았다. 기계를 이용,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면 번호표가 나온다. 번호표를 낸 뒤 자리에 앉아있으면 음식을 내온다. 유명한 맛집도 아니고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는 식당으로 보였다. 다행히 기계에 한국어 입력이 가능해서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소불고기 덮밥과 함박스테이크를 시켰다. 전날 갔던 꼬치집처럼 주방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는 형태다.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인데 직장인들로 보였다. 잘 찾아온 것 같다며 서로 뿌듯해하던 중 음식이 나왔다. 메인 요리에 미소된장국이 곁들여졌다. 간편하게 먹기에 좋았다. 함박스테이크도 소불고기덮밥도 맛있었다. 한국 돈으로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가게 안도 음식도 깔끔했다. 게다가 직원들이 참으로 친절했다. 일본 어느 식당을 가도 항상 그랬다.

모모치해변에 가기 전 하카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카타는 항구 도시인데 중세에 무역의 중심 도시로 번창했다. 에도 시대에 조카마치 하카타를 구축했고, 메이지 시대에는 하카타, 후쿠오카와 함께 후쿠오카 시로 지정됐다.

 

 

하카타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움직인 탓에 엉뚱한 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하카타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도 버스정류장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일본어를 모르는 우리를 위해 서투른데도 영어를 써주셨다. 한국 사람인지 묻더니 “나도 1∼2개월 전에 부산에 다녀왔다. 관광보단 먹기 위해 간 여행이었지만…”이라며 “2주 전에는 내 딸이 서울에 다녀왔다”고 했다. 아마 딸 같은 우리를 보고 도와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무사히 하카타 가는 버스정류장에 도착. 여기서 ○번 버스를 타야 되고, 약 5분 뒤면 도착할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참으로 고마웠다. 이게 뚜벅이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이런 분들 덕분에 일본은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기억될 것 같다.

버스에 올랐다. 일본 버스는 한국과 달리 뒷문으로 탑승하고 앞문으로 내린다. 탑승시 표를 받는데 표엔 번호가 적혀있다. 거리에 따라 버스 앞쪽에 가격이 찍힌다. 다행히 친구가 이전에 버스를 이용해 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

 

 

드디어 하카타역에 도착. 하카타역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캐널시티로 향했다. 캐널시티는 오피스동과 호텔, 상업시설 그리고 커낼시티 극장과 라멘 스튜디오 등이 있는 복합시설이다. 넓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지도가 필요했다. 안내지도를 챙겨 들고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오락실. 일본에 오면 스티커사진은 필수. 오락실의 절반을 스티커사진 기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스티커사진과 다른 점이라면 과도하게 ‘뽀샵’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만화책에서만 볼 것 같은 얼굴로 찍혀 당황스러웠지만 이 또한 추억일지니.

때마침 캐널시티의 자랑거리 분수쇼가 시작됐다. 하지만 미리 와 기다리던 사람들 때문에 보기가 어려웠다. 분수쇼는 약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니 시간표를 참조해서 구경하면 된다.

 

 

한참을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온다. 잠시 휴식을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꼭 먹고 싶었던 음식 리스트 중 하나가 팬케이크였다. 이 카페에선 요즘 한창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수플레 팬케이크도 팔았다. 브런치 전문 카페인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대부분은 브런치를 즐겼지만 우린 팬케이크와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수다를 떨며 휴식을 취하고 나니 다시 힘이 났다. 약 1시간 반 정도 쇼핑을 한 뒤 저녁을 먹기로 했다. 목적지는 맛집. 브레이크타임이 끝나기 전에 가기 위해 여유 있게 출발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중간 작은 천이 나왔다. 텐진과 달리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날씨도 선선해서 걷기에 참 좋았다. 그냥 눈으로만 담기엔 아까운 풍경이었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물씬 느껴졌다.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걸었다. 다행히 브레이크타임 끝나기 10분전 도착해 제일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 저녁 메뉴는 후쿠오카 3대 요리 중 하나인 모츠나베. 우리의 곱창전골과 비슷한 요리인데 국물이 맑고 담백했다. 저녁이었기에 생맥주와 하이볼을 주문했다. 모츠나베는 참으로 맛있었다. 곱창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고 국물은 진하고 고소했다.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나중엔 짬뽕면 사리를 국물에 넣어 먹었다. 빵빵해진 배. 기분이 한껏 좋아진 우리는 둘째 날 최종 목적지인 모모치해변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