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놈들은 외국인을 얼마나 호구로 보는 거야?”
“아니 이놈들은 외국인을 얼마나 호구로 보는 거야?”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7.12.0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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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일본 오사카 여행기’-마지막회 / 구혜리

오사카 USJ 탐방기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사랑하는, 동심을 간직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스릴 넘치는 어드벤티지에 열광하는 사람들로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 바로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이다. 사실 오사카를 이번 여행지로 택했던 것도 USJ에 대한 동기가 컸다.

미국 디즈니랜드에 이어 세계 2대 테마파크로 불리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미국 유명영화를 주제로 구성한 테마파크, 아니 테마랜드다. 굳이 테마파크라는 명칭조차 거부한 까닭은 단순히 놀이공원이라기엔 USJ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만들어 선사하는 특유의 신비로움을 이루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USJ 교통수단으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철만 놓고 보아도, 열차 전부가 USJ 대표 테마인 해리포터로 도배되어 있다. 열차가 도착한 순간 호그와트행 기차를 탄 해리포터가 되어 마치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든다.

 

 

열차에서 내려 입장권을 교환하면 촘촘했던 행렬은 일제히 흩어져 같은 방향으로 질주한다. 행진을 따라 입구에서 우측방향으로 질주하다보면 해리포터 주제곡으로 알려진 ‘Hedwig's Theme’가 들려온다. 구불구불한 숲길을 지나 어디선가 부엉이가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웅장한 호그와트의 성탑이 뾰족이 보인다. 자, 이제 마법사가 되어 마법축제를 벌일 시간이다. 한 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에는 알콜이 들지 않은 ‘버터맥주’를 쥐어들면 완벽한 호그와트 학생이 된다. 때때로 음악에 재능이 있는 마법사 친구들이 나와 공연을 보여주거나 해리포터 주제곡으로 메들리송을 부른다.

 

 

호그와트를 빠져나와 향수를 일으키는 쥬라기공원에서 깜짝 방문한 티라노사우르스와 랩터에게 손을 흔든다. 유머러스한 항해사가 이끄는 배를 타고 죠스에 공격에서 살아남다 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훅 지나간다. 새로 개장한 미니언즈 테마를 위해 노란 티셔츠에 짙은 멜빵바지룩을 맞춰 입고 온 미니언즈들과 미니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 또 평소 한국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전혀 타지 못해 늘 심드렁했던 이들이라면 더욱 USJ 스튜디오의 어트랙션에 도전해보라. 물리적 충격보다는 시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4D 기반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어트랙션에 일단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할 것을 장담한다. 특히 해리포터 테마 내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는 첫 탑승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두 번, 세 번 반드시 체험해보는 것을 권한다.

활동력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 이불 밖을 벗어나 젊은 한 때 아끼지 말고 열나도록 놀아 제끼기에 USJ는 그야말로 완벽한 장소다. 물론 집 나가면 죄다 돈이다. 특히 오사카 여행의 장식을 위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USJ’에서는 더욱 그랬다. USJ 상징 조형물 앞에 너도나도 찍은 기념사진을 볼 때면, 마치 “자본! 자본! 자본!!!” 삼창이라도 외치는 것 같았을 정도다. 특히 USJ에는 자본의 끝판왕을 보여준다고 악명이 자자한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익스프레스’이다.

 

┃우여곡절 익스프레스 쟁취기

우선 입장비는 기본으로 (입장권+자유이용권 가격은 한화로 약 7만 원 정도), USJ에는 ‘익스프레스’를 별매로 구매할 수 있다. 익스프레스란 뭐냐, 쉽게 말해 돈을 주고 사는 탑승 우선권이다. 우리나라 테마파크 L사의 매직패스, E사의 Q-패스와 비슷한 개념인데, L사와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면, L사의 경우 소량의 우선권을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착순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반면 USJ는 돈을 받고 판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무려 입장권보다 더한 가격인데다가 일면에서는 자본계급주의를 대변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논란이 많다. 물론 ‘돈으로 옷과 먹을 것을 사듯 시간을 살 뿐’이라’는 입장도 맞은편에 있다.

익스프레스 3~7패스 등 익스프레스 이름에 붙은 다양한 숫자는 우선권 제공 횟수로 볼 수 있다. 혜택 좋은 여행사 등을 통해 미리 한국에서 준비해가면 익스프레스 3패스를 5만 원대부터 익스프레스 7패스를 10만 원대 정도로 구매 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이용날짜를 미리 지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필자는 일본에 도착한 뒤 그때그때의 컨디션에 따라 동선을 짜 맞춘 터라 미리 한국에서 준비해가진 않았고, 대신 일본 현지 사이트와 현장 구매 방법을 찾아보았다.

 

 

필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첫 방문이어서 그 절차가 궁금해 익스프레스를 구매했다. 당시는 극성수기인데다가 주말이라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도 입장 줄만 30여 분 기다리는 듯 보였고 익스프레스 7패스를 사려했다. 간단히 모바일이나 PC로 USJ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구매하면 되지만, 한국어 등 외국인용 홈페이지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일본어로 된 현지 홈페이지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의 여행객들에게는 결코 번거롭지 않다 할 수 없겠다. (한국 여행사, 쇼핑몰을 통해 미리 준비해감이 제일 편하다.) 당시 일본어 홈페이지에 기재된 익스프레스 7 패스권 가격은 10만 원이었고, 필자는 모바일 절차가 귀찮아 현장 구매를 위해 매표소에서 줄을 선 끝에 직원과 만났다. 직원은 친절한 서비스로 대응하며 익스프레스 이용 방법을 소개한 뒤 계산기를 두드려 가격을 설명했다. 근데 웬걸, 순간 눈을 의심했다. 계산기에는 2만6천 엔(약 26만 원)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한 사람 가격에 말이다.

 

 

“홈페이지에서 10만 원인걸 봤는데 26만 원이 말이 됩니까?”

그러자 직원은 친절했던 미소를 지우고, 소통을 못 알아듣는 (척) 몸짓을 했다. 당황스러움 억지로 쑤셔 넣고 시간 절약을 위해 나누어 입장줄에 섰던 일행에게 가 상황을 전했다. 모바일 구매를 위해서는 간단히 이름과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일본어로 적어야하는데, 줄 정리를 하던 다른 직원을 붙잡아 홈페이지에서 익스프레스 구매를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그것은 일본인을 위한 것…” 이라는 말만 남기고 재빨리 위치로 돌아갔다.

“아니 이놈들은 외국인을 얼마나 호구로 보는 거야?!”

그렇게 휴대전화만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자 일행은 반을 자포자기해서 “익스프레스 없이 놀지 뭐~” 하며 애써 안타까움을 지웠다. 그 때, 마침내 일본 홈페이지를 뚫고 결제 알람이 울렸다. 결제를 성공한 것이다. 일행의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던 선망의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와! 너 정말 대단한 의지의 한국인이구나!”

 

 

익스프레스 덕분에 USJ에 있던 12시간 종일 대기 줄을 거의 서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돈을 씀으로써 굉장히 편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길게 늘어선 몇 백 명의 사람들을 앞질러 갈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당연해도 되는 건가?’

또 익스프레스를 쓰더라도 익스프레스 이용자 사이에서는 줄을 서야한다. (그러나 많아 봤자 10명 안팎) 극성수기였음에도 일반 대기 줄은 통상 2시간이었고, 많으면 3시간까지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짧으면 1시간 내외인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익스프레스를 끊지 않아도 USJ는 그저 인파 사이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충분히 재미있는 볼거리가 넘쳐나서 신난다. 또 대부분 놀이기구가 일반적인 물리적 자극이 아닌, 2D~4D를 이용한 시각적 자극을 동력으로 하고 있어 너무 잦은 탑승은 몸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다만 역시 한정된 시간과 이미 투입된 비용을 생각하자면 익스프레스는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오사카기를 마치며

올해는 정말 가장 많이 일본에 방문한 해이다. 그 중 테마를 잡기 위해 포기한 이야기와, 이런 것까지 실어도 될까 싶어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오늘이 실감나지 않았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웃나라인 탓도 있었지만 고작 일주일이란 기간 몸과 마음을 오사카에 흠뻑 적셔버린 탓도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뭐부터 해야 하지? 머리가 멍했다. 도톤보리를 가로지르는 긴 쇼핑센터를 지나며 아직 불조차 켜지 않은 가게들의 지난 밤 화려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밤낮동안 보이지 않던 검은 정장의 무리들이 바삐 줄지어 빌딩 속으로 들어갔다.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목적이었나….’

그렇지만 아쉬움보다는 속이 알찼다. 주렁주렁 달린 쇼핑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새로움이 없다면 더 이상의 쇼핑백은 필요 없지 않을까. 지나온 사람들의 온기와 열망 가득한 떨림으로 채워졌기에 다시 든든한 마음으로 대열 속을 헤엄칠 수 있을 것 같다. 또 언제든 이탈을 꿈꾸며 오늘을 하루 더 박차는 모습으로. 아직 관념의 분투 속에 정리가 덜 된 필자의 이야기를 늘 들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하며 길고도 짧았던 오사카 여행기를 이렇게 마쳐본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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