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혼여행
<신간> 신혼여행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7.10.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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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기억의 예술을 통해 불가해한 인간의 운명을 소환”해오며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모디아노. '신혼여행'은 그의 작품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1968년 등단 이후 줄기차게 2차대전중의 독일 점령기 파리의 낡은 신문, 전화번호부, 심문조서 등을 수집하고 열람하면서 모디아노가 소설가로서의 소명으로 삼아온 것은 바로 “사라진 존재들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이었다.

'신혼여행'의 출발점 또한 도라 브루더라는 한 소녀를 찾는 신문 광고 기사였다. 그 소녀에 대해 더이상 어떤 미미한 흔적조차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결핍 상태가 소설을 쓰게 만들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근원적인 존재론에 가닿게 만드는 이 의문으로부터 탄생한 작품이 그가 1990년 발표한 '신혼여행'과 그로부터 7년 뒤 발표한 '도라 브루더'이다. 작가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사라진 존재에 대한 두 가지 기억의 방식을 보여준다. 

어느 여름날, 밀라노에서 파리행 기차를 기다리던 청년 장 B.는 잠시 시내로 나가기로 한다. 그리고 호텔 바에서 우연히 한 여자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잉그리드, 몇 해 전 남프랑스에서 그의 남편 리고와 함께 길에서 알게 된, 파리로 향하던 길에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사람이었다. 이십여 년 후, 또다시 여름, 중년의 장 B.는 돌연한 공허와 치열한 도피의 욕구에 사로잡힌 채 가족과 친구들을 속이고 파리 외곽의 호텔에 숨어든다. 그리고 이십여 년 전 그날 밀라노에서 자살을 선택해야 했던 잉그리드의 삶을 추적해나가기로 결심한다. 

독일 점령기, 야간 통행금지를 피해 집을 나온 16세 소녀 잉그리드는 그날 밤 우연히 만난 남자와 남프랑스 코트다쥐르로 ‘신혼여행’을 떠났었다. 과거 속의 코트다쥐르와 현재의 파리의 풍경이 교차되며 흩어졌던 잉그리드의 삶이, 장 B.의 기억이 조금씩 맞춰져나간다. 중년의 나이에 문득 삶을 마감해버린 잉그리드도 현재 자신처럼 어떤 공허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장 B.는 자문한다. 그리고 장 B.의 도피가 끝날 즈음, 계절은 지나고 불볕더위도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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