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제 확산 후폭풍

영남권은 더 이상 ‘보수 정치권’의 텃밭이 아니다. 김부겸 의원 등이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접해 있는 부산·경남(PK) 지역은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지역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또 한 번 요동쳤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PK선거 사상 최대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자유한국당도 일찌감치 전략 공천제를 도입하면서 의지를 단단히 불태우고 있다. PK지역의 지방선거 혈전을 전망해 봤다.

 

 

“과거와 같은 안일한 마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자유한국당에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최근 전략공천제 도입을 확정하고 외부 인사 영입에 본격 착수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유지하는 가운데 당 존립이 흔들릴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은 상향식 공천제로의 변화를 주장하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략 공천을 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적지 않다. 뚜렷한 정책 이슈가 없다면 인물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상향식 공천제가 지난 20대 PK 총선 참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자기반성을 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전략공천제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제2당으로 전락한 충격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19대 대선 참패로 그 동안 누렸던 여당의 이점도 잃게 됐다. 기존의 안일한 전략으로는 지방선거에서 희망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PK지역에서 또 한 번 패배한다면 대구·경북 이외엔 확실한 교두보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지역 지자체장을 지냈다는 점도 더 이상 안전 지대는 아니다.
 

‘문의 사람들’ 출마 관심

한국당 PK 정치권은 3개 광역단체와 39개 기초단체는 물론 부·울·경 지방의회 선거에 대비해 광범위한 인물 찾기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력 없는 인사들은 우선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헌승(부산) 정갑윤(울산) 김한표(경남) 등 PK 시·도당 위원장의 정치생명도 위태롭게 뵌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미 조직 관리가 부실하고 해당행위를 일삼은 PK 당협위원장을 대거 정리할 방침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인물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도 높은 정당지지도에 안주했다. 패배한 지난 20대 총선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전략공천으로 새 인물을 대거 수혈한다면 우리도 적극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인물 대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최인호 시당위원장을 비롯 민주당 부산 국회의원들은 “경선을 최대한 보장하되 전략공천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추미애 대표 등 중앙당 일부 지도부도 상향식 공천제 전면 실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내년 PK 지방선거는 역대 그 어느 선거 보다 ‘인물 경쟁’에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이 자리를 양보하고 PK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 오를 것이란 얘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류석춘 위원장은 “모든 경우에 상향식 공천을 적용하는 방식은 지방선거에서 배제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상향식 공천을 해서 지난 20대 총선에서 패했다. 상향식 공천이 지역사회 정치인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사람들’의 PK 출마도 핵심 변수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에 입성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인사로 부상한 PK 출신 여권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산 출신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문 관세청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내정자의 출마설이 그 동안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민주당 인지도 여기에 전략공천제 확산까지 이뤄진다면 승산이 적지 않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 번 변화가 예상되는 PK 정치 지형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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