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00일 다이어트 도전기-5회 / 김동환

‘100일간의 약속’ 도전은 참여자에게 ‘완전 무료’란 달콤함을 제시한다. ‘완전 무료’라는 단어의 쾌감은 상당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금전적 부담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 내가 이득을 취했다는 것도 심리적인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 단어는 참여자에게 일종의 승리감이란 중요한 개념을 전달해준다. “난 이것을 따냈다” “내가 이것을 얻게 됐다”란 이 심리적 안정감 혹은 우월감은 여러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그것을 얻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몇 가지가 있다. ‘완전 무료’란 말에 담긴 무거움 말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경제적으로 잠시 어려움을 느끼던 순간이다. 물론 이 지점은 자신의 부모님이 준 재벌급 이상의 부를 소유하지 않았다 한들 대한민국 사회 속성인 남녀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니 ‘패스’.

 

 

“필요한 것은 이젠 내 노력뿐이다”란 자신감만 가지면 된다. 그런데 이 자신감이 자만심이 될지 요행을 바라는 허영심이 될 지에는 일종의 규칙이 필요하다. ‘100일간의 약속’ 비밀은 이 두 가지의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 경험자인 필자가 깨달은 지점이다.

우선 강제성은 따라야 할 규칙이다. 벌금 제도가 존재한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도전자들은 전날 0시 이전 다음 날 ‘불가분’의 운동 불참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석처리가 된다. 결석 3회는 중도 탈락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낙성대역, 그리고 토요일의 남산 운동 모두 아침 6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단 1분이라도 늦게 되면 ‘지각’처리다. 지각 3회는 결석 1회다.

“뭔 소리야? 재능기부라며?” 불만이 쏟아질 지점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일도 생길 수 있고, 또 늦을 수도 있지?”란 생각도 분명히 들 것이다. 그럼 ‘100일간의 약속’이 매정한 걸까. 아니면 첫 말과 뒷말이 다른 이중성일까. 자,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 이건 당신의 살을 빼주기 위해 모인 운동 클럽이 아니다. 이건 당신의 노력 없이 모든 것을 이뤄주는 판타지도 아니다. 이건 다이어트 프로그램 모임도 아니다. 이 재능 기부의 진짜는 지금부터다. 필자가 참여 1주일 뒤 몸으로 느낀 완벽한 감정을 정리한다.

‘아놀드홍 대장님’은 첫 날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렇게 말했다. “사실 이 모임이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기대만큼 살이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 실망과 그 기대 이하를 채워야 할 사람은 나와 멘토진이 아닌 바로 너희들이다.”

이게 바로 ‘100일간의 약속’의 목적성이다. 사실 아침에 모여 운동하는 시간은 고작 30분에서 40분이 전부다. 이 운동만으로 100일 뒤 자신이 몸짱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놀부도 울고 갈 고약한 심보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서 시작한다. 생활 패턴과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6시 40분까지 집합해야 한다. 필자는 이 시간을 지키려면 새벽 4시 30분에 기상을 해야 한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 참여 전 평균 기상 시간은 아침 9시(빠르면) 늦을 경우(전날 과음이라도 하면) 오후 1시는 기본이었다. 하지만 운동 참여 후 음주는 금주가 됐다. 그리고 어느덧 아침형 인간이 됐다. 물론 아침형 인간이 비만해결의 답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 출석 시간을 지키기 위해 전 날 비만의 원인이 됐던 불필요한 술자리, 불필요한 늦잠, 불필요한 심야 활동이 지워졌다. 그리고 아침 운동이 끝난 뒤 이른바 ‘해가 뜬 활동 시간’에 모든 것을 처리하는 패턴이 몸에 정립됐다. 사실 정말 몰랐다. 하루가 그렇게 긴 줄은 말이다. 24시간 동안 내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전날 과음으로 늦은 오후에 일어나 하루를 보내본 사람이라면 “하루가 왜 이리 짧지?”라고 투덜거린 경험이 있다면 이 방식은 거의 마법과도 같게 다가올 것이다.

사실 그렇다. 이 정도가 목적성이라면 좀 싱겁지 않나. 스스로에게 강제적인 부분을 적용해야 이 목적도 달성가능하지 않을까. 필자는 ‘100일간의 약속’ 28기다. 같은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가장 먼 곳에서 다니기도 한다. “나이 들었다고 꼰대짓한다” “나이 들었다고 나잇값 받으려 한다”는 말이 죽기보다 듣기 싫었다. 그래서 더욱 악착 같이 달라붙었다. 그게 좀 그렇다. 이미 1화에서 밝혔지만 ‘살을 빼기 위함’이 아니었기에 더욱 악착 같이 달려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비만인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만인들은(필자를 포함) 무언가에 몇 차례씩은 좌절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좌절감은 굳이 살이 아니라고 해도 입는 상처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꽤 깊게 다가온다. “저렇게 살이 쪘으니”란 선입견이 먼저 자연스럽게 발동하는 게 사회의 시선이다.

그게 너무 싫었다. 좌절과 실패 속에서 맛본 생애 첫 편견. 그것을 깨보기 위해 나 스스로가 먼저 악을 발휘한 것이다. 최소한 ‘100일 조차’ 버티지 못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단 1g의 살이 빠지지 않아도 사실 불만은 없었다. 그냥 이 기간을 버티고 또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 지점이 강제성 같았다. 지금은.

지각과 결석에 부여되는 패널티가 단체 생활을 지키는 최소한의 강제성이라면 이 운동 재능 기부가 과연 9년을 버텨올 수 있었을까. 무려 28기의 기수에 300여명이 거쳐 갔다.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목적성과 강제성이 ‘100일간의 약속’에서 ‘약속’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100일은 그저 시간일 뿐이다. 그 안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고 유지하느냐가 관건 같았다.

“100일 동안 얻어 갈 것은 너희가 만들어야 한다”던 대장님의 말을 오롯이 이해하게 된 지금이다. 물론 대장님은 그저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다.

다음에는 각 부위별 다이어트 ‘이것 하나면 끝장!!!’ 편을 준비해 보겠다.

<자유기고가>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