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개혁풍에 재계 ‘초긴장’

재계의 저승사자가 모처럼 자기다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컸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공정한 경제질서를 선봉에 내세웠다. 가장 먼저 치킨 가격 인상을 이끈 BBQ치킨이 일격을 맞았다. 하지만 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벌가 대기업에 만연한 내부거래와 불공정 요인들도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제계에 전방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김상조 바람’을 살펴봤다.

 

 

유통업계를 비롯 제조업과 대기업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 경제의 불공정 요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왔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동안 만연했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논란도 대대적인 수술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선 BBQ에 이어 하림그룹이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동안 하도급업체 횡포 논란에 휩싸였던 성주디앤디 등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과 하도급사업자 등 그 동안 ‘을’의 입장에서 고통을 겪은 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교수 시절 직격탄을 날렸던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 보따리를 풀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랜차이즈업계’ 도마 위에

최근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과 함께 치킨 가격 인상을 이끈 BBQ치킨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의지여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정위가 BBQ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얼마 안 돼 BBQ는 가격 인상을 철회하며 백기를 들었다. 업계 1위 교촌치킨도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고 2위 BHC치킨은 한시적이지만 한 달간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저승사자의 철퇴가 얼마나 무서울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에 앞서 가격을 내린 또봉이통닭과 호식이두마리치킨도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손실을 본사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일반 여론도 좋지 않아 김 위원장의 조치에 두 손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권 교체와 함께 커다란 변화가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치킨 업계와 함께 하림그룹은 재벌개혁의 첫 번째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달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하림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편법승계 의혹이 터지면서 곤욕을 겪고 있다.

하림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김 회장의 장남 준영씨는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한편에선 이 또한 회사에서 대납해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와 관련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 등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일침을 날린 바 있다.

공정위는 이미 하림의 승계 지원과 사익 편취에 대해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김준영씨는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으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올품은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준영씨는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을의 눈물 닦아줄 것”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에서 돈을 받는 방식인 유상증자는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편법 승계’의 일환으로 악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준영씨가 지분을 물려받은 뒤 올품과 한국썸벧 매출은 연 700억~800억원대에서 연 3000억~4000억원대로 급속 성장했다. 업계에선 계열사들이 편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림 측은 이에 대해 “2012년 당시 하림그룹 전체 자산은 3조 5000억원으로 중견기업에 속한 만큼 지금 기준으로 5년 전 증여세를 바라보는 건 불합리하다”면서 “증여세를 투명하게 신고했으며 유상감자도 합법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성주디앤디도 의혹의 중심으로 떠 오르고 있다. 맨콜렉션, SJY KOREA, 원진 콜렉션 등 MCM 하도급업체들은 지난 3월 공정위에 성주디앤디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신고했다. 불리한 제조 단가 적용과 샘플비 미지급, 운송비 미인정 등이 거론됐다.

이에 따르면 성주디앤디가 부당한 단가를 적용하고 소비자가 반품할 경우 구매가가 아닌 백화점 판매가로 보상을 떠넘기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업계에선 김 위원장이 그 동안 주장해왔던 내용들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그간 재벌의 편법, 불법 상속과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등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만큼 공정위의 수사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편법꼼수 승계 마침표”

이와 함께 조만간 발표될 재벌개혁안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 등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 등을 손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핵심 이슈인 현대차그룹 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 과정 등에서 “취임 이후 고시 개정을 포함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기업집단국을 신설, 대기업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를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현재 ‘총수일가 지분 30%’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상장사)의 기준이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수혜 계열사의 매출 중 특수관계 법인 비중이 30%를 넘고 수혜 계열사의 지배주주․친족의 직간접 지분율이 3%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이익에 대한 증여세도 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맞추면서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정조준한 바 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롯데와 하림, 현대글로비스를 지목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하림의 경우 제일홀딩스가 상장되면 편법적 수단으로 지분을 확보한 김홍국 회장과 장남 준영씨 등이 각각 4000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상장차익을 누리게 된다”며 “편법꼼수 승계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라고 공정위에 촉구했다.

단체들은 또 “전 영역에서 물가가 뛰는데 생산자와 하도급업체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현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돼야 한다”고 ‘개혁 드라이브’를 압박했다.

그 동안 공공연했던 대형 건설사들의 횡포와 불공정 하도급 관행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정 노력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며 “협상력의 격차가 큰 갑을간 거래가 이뤄지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철퇴를 꺼내든 공정위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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