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소리 요란한 날들, 장독대 항아리는 반짝거리고…
개구리 울음소리 요란한 날들, 장독대 항아리는 반짝거리고…
  • 임미숙 기자
  • 승인 2017.06.1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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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장만나는 커피향 항아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SNS마케팅 모듬수업을 받았다. 대구 TBC에서 10주간 10차례 받았던 교육은 끝났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총기 넘치던 젊은 시절은 갔고, 3~4번은 들어야 감이 오는 나이. 메모하지 않은 것은 까맣게 지워버리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원망스럽다. 어찌하겠는가? 듣고 또 듣고 공부하고 또 공부할 수밖에.

김천농업기술센터에서,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SNS교육을 받았지만 아직도 내 머리는 안개속이다. 얼마 전까지는 바쁘다보니 그저 기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알아야만 하는 일. 이번엔 마음을 아주 단단히 먹었다.

먼저 공부를 시작해 강사 정도의 수준을 지닌 지인이 리드해서 7명이 모듬수업을 시작했다. 각자 노트북을 갖고 ‘장만나는 농원’에 모여 열공모드. 우선 ‘블로그포스팅 하기’의 키워드 정하기로 시작. 정리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다들 블로그를 시작한 지 몇 년씩은 지났다. 이 파트는 하루면 되리라 생각했거늘….

이렇게 모여 공부하다 보니까 그 옛날 과외공부 받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도 요즘은 집중이 잘된다. 사실 나도 마음먹기까지가 문제지 일단 시작하면 집중력이 또 만만치 않다.ㅎㅎ 인터넷도 SNS도 원리만 파악한다면 아주 술술 풀릴듯한데, 어렵고 힘들다. 농부들이 노트북으로 열공하는 모습 상상해보시라.

요즘은 나이대도 다양해서 20대부터 70대까지 한 공간에서 공부를 한다. 물론 젊은 친구들한테 도움 받아가며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이 더 대단하다. 독수리 타법으로 매일 포스팅 하는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내 파트너 산새. 똑똑해서 블로그도 잘하리라 생각했더니 당체 포스팅을 안 한다. 매일 정신이 없다. 이번 기회에 포스팅에 집중하길 바란다. 우리들 대부분 블로그 지수가 상위권에 속한다. 포스팅을 하면 검색 1순위도 많이 나온다. 대개 첫 페이지에 글이 올라온다.

5~6시간을 쉴 틈 없이 해낸다. 강사도 학생도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는 듯하여 뿌듯하다. 간식시간 때도 질문에 질문. 직거래 농민이면 해야만 하는 공부다. 이렇게 열정적이니 블로그에 올리는 솜씨들도 대단하다. 오늘도 대구 도기술원에서 마케팅 교육을 했다. 7시간 동안…. 아∼공부!!!

날씨가 요상을 떨어대는 어느 엄청나게 더운 날. 김천우리음식연구회 회원들 여름용 앞치마를 염색했다. 회원들은 바쁜 시기라 임원들이 나와서 하기로 했다. 감염색과 쪽염색의 복합염으로 원단을 염색해 앞치마를 만든다. 긴 원단을 먼저 감염색 해서 햇볕에 말리며 소금을 뿌려 문양을 내는 방식이다. 다시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고 하며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긴 원단을 감염료에 바락바락 치대어 널어야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모두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그래도 다들 웃는 얼굴로 봉사해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3일간 작업으로 예쁜 색이 올라온 원단.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번 김천자두·포도축제에서 우리음식연구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하는데 그 때 입을 앞치마다.

 

 

한낮 더위에 혀를 빼물고 헥헥대는 차돌군이 안쓰럽다. 동네 아저씨는 “개는 원래 혀 빼물고 헥헥거려요~”란다. 아, 물론 알지요! 우리 차돌이의 고통이 내 고통인양 마음이 쓰인다. 땀구멍이 없어 그 열을 입으로 다 뿜어내다보니, 혀를 빼물고 불쌍 모드가 되는 것이다.

강원도에 주문해서 받은 명이나물로 장아찌도 한통 가득 담그고, 곤달비도 담갔다. ‘장만나는 농원’의 맛있는 재래간장, 표고간장으로 담가보았다. 짠맛은 과일청으로 눌렀다. 완성된 장아찌 맛은 깔끔하니 맛나다. 지례흑돼지 바비큐를 할 때 명이나물 장아찌가 효자노릇을 해주겠지.

6월엔 단체 체험객들 예약이 2건이다. 한 팀은 1박 2일 체험이다. 숙박은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하나씩 차근히 준비하면 되리라 .

경기도기술원의 정보화 회원들 방문 예약을 계기로 미뤄왔던 우사리모델링 공간에 화장실 만들기 작업을 시작했다. 하는 김에 조금만 더… 이런 방식으로 하다 보니 4평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이곳을 숙박용도로 쓸려고 하니까 화장실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화장실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 동네 만물박사 송사장님의 손을 빌렸다. 루바로 돌려 나무 향이 솔솔 나는 건 정말 좋은데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 것 같다. 사실 된장, 청국장을 팔아 그 돈으로 하려 했는데 이번 회원들 방문 때문에 앞당겨졌다. 수많은 농원 중에 김천의 ‘장만나는 농원’을 선택해주신 스머프 강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얼른 마무리해서 스머프 강사님부터 제일 먼저 사용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나의 소심한 감사표현.ㅎㅎ

‘장만나는 농원’은 요즘 꽃이 넘쳐난다. 그런데 물을 주어도 시들시들하다. 가뭄으로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야생블루베리 농장주는 앞으로 보름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80%는 폐사한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서로 걱정 나누며 별 뾰족한 수 없이 기다리기만 할 뿐.

그런데 어제 꽤나 시원하게 비가 내려주었다. 완전 해갈이야 어렵겠지만 말 그대로 진짜, 단비였다.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땅만 적시고 그치면 어쩌나 했는데 보란 듯 비는 꽤 오래도록 내려주었다. 꽃들이 살판났다. 나무들도 푸르름이 살아나서 싱싱해지니 청량감이 가득하다. 손톱만한 열매가 맺힌 호두나무도 빗줄기가 마음에 쏙 드나보다. 푸른 상태로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어제 만든 청국장이 아주 잘 띄워져서 기분이 좋다. 서울 사는 고객들이 청국장을 많이 찾는다. 냄새가 거의 없어 좋아한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불을 때기는 곤혹스럽지만, 폐목들을 태워 없애기도 해야 돼서 화목보일러를 가동했다. 겨울보다 불을 많이 때지 않아도 될 듯하다. 청국장에 바실러스균들이 만들어내는 실의 엉킴을 보면 잘 띄워진 정도를 알 수가 있다.

논에 모내기를 하고나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더 요란하다. 아마도 논에 물이 들어가니 울어대나 보다.

이 밤 개구리들의 합창을 들으며, 산 속 정취를 만끽해본다. 밤에 우는 산새소리가 뜸해진 듯하다. 어쩌면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에 묻혀버린 것일지도.

살짝 추운 밤 날씨도 좋고 비온 뒤 코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청량감도 좋다. 좋은 이 계절을 더 알차게 즐겨야겠다.

장독대 항아리들이 햇살에 반짝반짝 윤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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