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속 메르스 환자 치료 필요한 인력 공개모집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비상사태 속 메르스 환자 치료 필요한 인력 공개모집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 정서룡 기자
  • 승인 2015.06.2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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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메르스 사태 대진단’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3회

 

<2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성과연봉제, 2진아웃제, 임금피크제 등 제2의 메르스사태 불러올 정책들
- 방역체계 문제 그리고 한국 의료제도의 문제점 전면적으로 개선해나가야 

 

주춤한 가운데서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독감일 뿐’이라고 한, ‘손만 잘 씻으면 괜찮다’고 한, 그 메르스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현재 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8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보가 없다보니 더 무서운 건 공포였다. 가뭄까지 겹친 불볕더위 속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 했다. 보건당국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스스로를 격리한 이들도 많았다. 조용한 산골마을 동네 전체가 봉쇄되는 일도 발생했다. 세월호에서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재현됐다. 정부의 안이한 초등대응, 비밀주의…. 
이런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 등 병원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확진자만 33명, 전체 확진자중 19%(24일 현재)에 달할 정도로 위험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한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

 

-그동안 병원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논란이 돼왔는데.

▲열악한 근무환경의 1순위는 인력문제입니다.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모두들 병원가면 한 번씩 들어봤을 이야기, 간호사를 부르면 “잠시만요”, 그러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오잖아요? 그게 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처럼 인력부족은 의료서비스의 질과도 긴밀하게 연동되는 겁니다. 인력이 부족한데, 일은 많고, 봐야하는 환자는 넘쳐나고, 그러다보니 임신순번제가 생기고, 점심은 거르거나 10분 만에 마시고 나오는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 병원은 한 병상 당 종사자 수가 0.5명에 불과한 데 반해, 다른 국가들의 평균은 3.7명으로 한국의 7.6배에 달합니다. 병원인력이 OECD국가의 1/2~1/3 수준에 불과한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다 보니 간호사의 경우 이직률이 25% 수준으로 매우 높죠. 인력부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3교대근무조건 악화, 업무량 증가, 직무 스트레스 증가, 휴일·휴가·휴직 사용 불가, 임신순번제 실시, 건강 악화, 과로사, 일-가정 양립 불가, 소진, 이직률 심화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또 환자안전 위협과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이번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고 24시간 근무체제로 일하게 되는데, 체력적 한계와 업무하중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메르스 환자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일선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메르스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력을 공개 모집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과 국가재난사태에 대비해 준비되고 훈련된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도 못하고, 체계적으로 동원하지도 못하는 의료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국가 비상사태 앞에서 이 같은 웃지 못 할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의료 확충과 병원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인데.

▲말씀드렸듯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비율이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유럽의 대부분 의료선진국들이 대부분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심지어 의료민영화의 나라라는 미국조차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30%에 이릅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유사시 최선두에서 치료와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 대부분이 공공의료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유사시 최선두에서 전염병과 싸워야 하는 공공병원이 엉망이었던 것이 드러났죠. 국가지정입원병원의 음압격리병상이 105개 있다지만, 이중 실제로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지역거점공공병원 34개중 음압격리병상이 있는 곳은 24개에 불과하고 이들 역시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면,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운영적자 문제와 지원 문제로 늘 천덕꾸러기 취급받아 왔거든요. 정부정책상 음압격리병상을 만들라고 하지만, 예산은 늘 부족하고, 제대로 된 지원은 없으니 흉내 내기 식으로 만들다보니, 제대로 만들어질리 없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꼭 필요한 의료진인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전문의를 다 갖춘 병원이 드물어요. 평소 돈이 되지 않는 과다 보니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의료진을 둬 봤자 돈이 안 되니까 금세 새 진료과를 없애기 일쑤인거죠.

의료진의 현실이 이러한데 간호인력과 보조인력들의 처지는 어떻겠습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간호인력만 하더라도 법정 인력기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보호자 등 일반인들은 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데. 수납, 안내 등 일상적인 대면업무를 하며 환자와 쉽게 노출되는 인력들과, 보조업무에 속하지만 대부분 병원의 직접고용 상태가 아닌 청소노동자, 보안요원, 간병을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바로 이들인 거죠. 이들은 환자들의 체액이 묻어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병원을 오가는 많은 이들을 직접 대면하며 안내하고, 필요시 직접 몸을 부대끼며 환자이송 업무를 하고 있어 감염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지만, 직접적으로 수익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외주 용역으로 내몰리기 일쑤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 인력들 모두 환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에 직간접적으로 다 결합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거나 하면 중환자실의 기계들이 멈추지 않기 위한 예비전력을 운영해야한다든가 하는 것처럼 모든 요소에서의 안전문제가 결합되는 거죠.

 

 

-이런 제반의 문제들과 관련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당장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제안들을 국회, 정부에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초, 병원공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노조에서 먼저 제기하면서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과정도 있었고 정부의 컨트롤 타워를 격상하는 문제도 우리 노조가 제기하면서 보다 여론이 본격화된 측면이 있죠. 우리 노조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방역체계의 문제들과 함께 메르스 사태가 보여준 한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한국 의료제도의 민낯을 공개하는 효과를 가져왔는데요. 특히 이러한 여러 문제들이 한국 의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가 절대 부족하며 민간 주도의 의료제도 속에서 많은 부분이 상업화 영리화 된 상황,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메머드급 병원의 탄생이 가능했던 배경과 양극화 현상, 의료자원의 쏠림현상, 급성기병상의 과잉공급 등 왜곡된 의료공급체계의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입니다. 때문에 메르스 사태의 대응과 문제점의 전 과정을 복기하고 재구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과 문제가 보입니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의료혁명 수준의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들과 과제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바꿔가기 위한 제기들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인력문제는 다시 한 번 강요하고 싶은데요. ‘메르스 전사’라고 불리지만 현실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3교대의 고된 업무 속에서 언제 관둘지 걱정하는, 임신순번제니, 사직순번제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건의료 인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선 우리 의료보건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유사시 국가방역체계를 재편하는데서 꼭 필요한 문제 중 하나로 방역시스템의 실행기관으로서의 공공의료기관을 튼튼히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봤듯 유사시 1선에서 싸우게 되는 공공의료기관 특히, 국가중앙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특수목적 공공병원들, 예컨대 원자력의학원, 국군수도병원 심지어는 교통병원까지, 이들 병원들과 함께 국가재난대책 병원 콤플렉스(Complex)를 구축하고 협력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공공의료의 골간체계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과 같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의 기능 보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요. 감염관리 및 방역체계의 손발로써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을 부여하고, 이에 걸 맞는 시설, 장비, 인력지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적 인프라도 확대해야 하는데, 감염관리 전문의가 200여명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이유가 결국 인기 없는 학과, 돈벌이 어려운 과목인 탓이거든요. 역학조사관 역시 34명이라는데, 확보 안 되는 이유역시 이들 전문가들이 평상시 설 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겁니다. 감염예방, 통제전문가, 감염질환 전문가, 임상병리학자, 위험정보소통 전문가 등 전문인력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인력양성이 필요할 것이고요. 이들이 안정적인 활동 가능토록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우선 적극 배치하는 게 필요할 듯 해보입니다.

‘병원 문화가 화를 키웠다’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말씀드렸듯 이게 다 한국의료공체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을 통제하고,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요.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들도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병원 내 입원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병원의 간호서비스 안에 간병서비스 포함되지 않아 그동안 사적영역에서 간병인 둔다거나 보호자 상주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제도화가 시급합니다. 감염관리 측면에서 의료기관 개설 및 허가시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의료기관의 병상 및 시설장비 기준 역시 규제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강력한 추진력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이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를 민영화하는 방향이어서 우려가 매우 큽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교훈을 깊이 새겨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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