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오버랩 메르스 사태, 1차 골든타임 허무하게 놓쳐버리고 우왕좌왕”
“세월호 참사 오버랩 메르스 사태, 1차 골든타임 허무하게 놓쳐버리고 우왕좌왕”
  • 정서룡 기자
  • 승인 2015.06.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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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메르스 사태 대진단’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1

 

- 난립한 컨트롤타워, 허술하고 기계적이며 뒤따라가는 늑장 대응 계속되면서 사태 급속 확산
- 큰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의료진, 의사들 외에 간호사에게도 보호장구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주춤한 가운데서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독감일 뿐’이라고 한, ‘손만 잘 씻으면 괜찮다’고 한, 그 메르스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현재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8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보가 없다보니 더 무서운 건 공포였다. 가뭄까지 겹친 불볕더위 속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 했다. 보건당국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스스로를 격리한 이들도 많았다. 조용한 산골마을 동네 전체가 봉쇄되는 일도 발생했다. 세월호에서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재현됐다. 정부의 안이한 초등대응, 비밀주의…. 
이런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 등 병원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확진자만 33명, 전체 확진자중 19%(24일 현재)에 달할 정도로 위험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한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병원 현장은 전쟁터와 같다. 간호사, 이송요원, 간병인등 병원노동자들은 현장에서는 메르스와 싸우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싸우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임금피크제, 2진아웃제, 성과연봉제등을 강행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과 병원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다. 이것이 우리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병원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의 얘기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메르스 사태 발발 당시부터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며 메르스 실시간 상황판을 운영하고, 현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확산 방지를 위한 첨병역을 해왔다. 의료진 등 병원노동자들의 감염 위험성에 대해서도 누차 경고해왔다.

“현재 병원 현장은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 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이 신음하고 있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공공병원에 떠넘기고서는 지나가면 병원을 폐쇄하는 게 한국 보건당국의 정책이었다. 이런 나라가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위클리서울’은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을 만나 아직까지도 활황하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짚어보고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병원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 대형병원 의료시스템의 문제, 이런 가운데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민영화까지,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유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연재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원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늑장대응이 화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3년 사스 창궐시 대응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당시는 환자발생 전부터 고건 국무총리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지휘했던 것에 비해 이번 메르스 대응은 너무 안이하고 허술하게 대응했던 거죠.

특히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소위 ‘비밀주의’라는 것이었는데요. 5월 20일 최초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보름이 훌쩍 넘어 환자가 수십명에 달하던 6월 6일에서야 국민들은 환자들이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서 어떤 병원이 위험한지 알 수 있었죠. 그동안 국민들은 위험에 노출된 채 메르스에 오염되었던 병원들을 무방비로 돌아다닌 거고요. 2차 감염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시점에서 실패로 규정하고 빨리 정보공개 했어야 하는데 그게 늦었던 겁니다.

 

 

-우리 정부의 대처 방법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지. 처음 발병 때부터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 과정과 그 문제점을 상세히 짚어본다면.

▲우선 컨트롤타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말씀드렸듯 사스 창궐시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최초 환자가 발생했던 5월 20일이 돼서야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메르스중앙대책본부를 꾸렸거든요.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사실 15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되고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사실상 책임과 권한이 상당히 미미합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휘하는 중앙대책본부는 이후 환자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5월 29일 결국 보건복지부 차관 주도의 대책본부로, 이은 6월 1일에서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요. 그 과정에서 메르스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의 환자들은 이미 삼성서울병원으로, 전국으로 흩어졌고,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들이 수명씩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 되는 순간인데요. 1차 골든타임을 이렇게 허무하게 놓쳐버린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환자가 계속 늘어갔잖아요? 그러니까 뒤늦게 민관합동대책반, 청와대 테스크포스 구성, 최경환 국무총리 대책 발표, 민관합동 즉각 대응팀과 같이 계속해서 컨트롤타워가 난립합니다. 지휘체계도 권한도 엉망진창 돌아간 거죠. 컨트롤타워만 해도 여러 개였고. 진짜 책임과 권한은 사실 청와대에 있는 건데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던 거고요.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지역감염 확대의 우려가 커지는데도 컨트롤타워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지 않고 있고, 그렇다보니 범정부적 대응에서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복지부는 휴교 안 해도 된다는데, 교육부는 휴교령을 내리는 웃지 못 할 사태도 발생하고요. 답답한 지방자지단체들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적극 대응 요청하는데, 정보는 보름동안 차단됐습니다.

초동대응의 실패가 확인되는 시점에서 정부는 더 선제적인 과잉 대응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위기대응단계는 20일 ‘주의’로 격상한 이후 환자가 늘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경계’ 단계로 격상되지 않았습니다. 메르스는 그 임상적 성상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신종전염병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신종전염병의 경우 알려진 임상적 성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중동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의 감염 속도는 인구밀집도, 병원환경 등에 따라 매우 달라졌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에 의거한 기계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초기 환자였던 3번 환자는 최초 환자와 밀접접촉이 이루어졌음에도 체온이 38도씨를 안 넘겼다며 돌려보내기도 했는가 하면,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 삼성서울병원 역학조사 모두 실패했던 주요한 원인이 허술하고 기계적인 대응, 그것도 선제적인 게 아니라 뒤따라가는 늑장 대응이 계속되는데서 발생했던 겁니다.

 

-메르스 확진자 중 많은 부분을 의료진이 차지했는데. 

▲23일 오전까지 병원관련 종사자들은 모두 33명 감염이 되었고요.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방사선사, 이송요원, 구급차, 간병인, 안전요원 등 병원 노동자 전체에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모두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체 환자 중 의료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19%에 이르는 거죠. 의료진과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를 보는 일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분들입니다. 현재의 메르스 감염이 병원을 진원지로 해 확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히 이들 병원노동자들의 메르스 감염노출이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높을 겁니다.

그런데 의료진 감염이 시사하는 게 있어요. 의료진 감염은 바로 병원으로부터 지역사회의 감염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는 거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진들이 접촉하는 대상이 만성질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들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료진에 대한,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사회로의 감염을 차단하는 1차 고리이자, 고위험군 환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알려진 것처럼 초일류병원이라 부르는 삼성서울병원마저도 의사들 외에 간호사에게도 보호장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잖아요. 의료진들에게 지급되는 보호장구는 레벨D 등급으로 분류되는 전신가운과, N95마스크, 고글, 장갑 등이 그것인데요. 이게 사실 완벽하게 몸을 보호해주지는 못합니다만, 미국 CDC와 국내 매뉴얼 상에서 요구하는 장비의 수준입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만 하더라도 이 숫자가 부족해서 일반 간호사들에게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수술시 입는 보호장구를 착용했다고 하고요. 확진환자의 CPR(심폐소생술)에 투입됐던 건양대병원의 간호사는 레벨D 등급의 보호장구를 다 하고 있었지만 한 시간이 넘는 격렬했던 CPR 치료 과정에서 안타깝게 감염이 이루어졌죠. 강릉의료원에서도 매일 확진환자 진료를 위해 음압격리병실을 드나들어야 했던 간호사가 또 확진으로 판명됐고요.

이처럼 의료진의 감염 위험은 매우 높지만 대부분의 병원현장은 인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노조가 확인해 본 결과, 12시간씩 2교대로 3박4일 동안 휴식도 갖지 못한 채 병원에 격리되어 근무하는 경우도 봤으니까요. 저렇게 격무에 시달리면, 아무리 신경 쓰더라도 안전문제에 소홀히 되거나, 혹은 실수가 잦아지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위험한 거죠.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충분한 인력이 없고 예비인력마저 부족한 병원인력의 현실이 그대로 의료진의 위험으로 다가오는 겁니다.

<인터뷰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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